형사

준강간·준강제추행, ‘동의한 것 같다’는 착각

울산지방검찰청

술자리 이후, 혹은 집에서 함께 잠든 상황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분위기가 그랬다”, “거부를 안 해서 동의인 줄 알았다”, “좋아하는 줄 알았다”는 말이 종종 나옵니다.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상태에서 성적인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다면 처벌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동의·거부를 결정하고 표현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그 상황에서 이루어진 성적 접촉은 ‘동의가 있었다/없었다’의 문제를 넘어 그 자체로 형법상 준강간(간음)·준강제추행(추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이란? (핵심은 ‘폭행·협박’이 아니라 ‘상태 이용’)

형법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하면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준강간, 준강제추행 범죄는 폭행·협박 유무와 관계없이 범죄가 성립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동의‘라는 말을 했었는지보다, 그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입니다.

“동의한 것 같다”는 착각이 특히 위험한 이유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가해자 측 주장은 대개 이렇게 정리됩니다.

  • “키스에 거부가 없었다”
  • “스킨십을 피하지 않았다”
  • “말은 안 했지만 분위기가 좋았다”
  • “술이 취했어도 대화는 했다”
  • “블랙아웃이라 기억만 못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특별한 거부 반응을 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인데요.

그런데 법원은 단편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음주량·CCTV·언동·평소 관계·당시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신상실‘ 내지는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합니다.

‘심신상실·항거불능’은 어떤 상태인가

  • 심신상실: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
  • 항거불능: (심신상실 외 원인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

그리고 깊은 수면, 만취로 의식 소실, 또는 완전 의식소실은 아니더라도 정상적 판단·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로도 범죄 인정되기에

준강간·준강제추행은 결국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했다는 고의가 문제 됩니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게 미필적 고의입니다. “확실히는 몰랐지만, 그럴 가능성을 알면서도 진행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비틀거리고 쓰러지고 토하고, 대화가 안 되고, 잠들어 반응이 없는데도 막연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여 스킨십·성행위를 진행했다면?

상대방이 심신상실 내지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채 행위한 것이기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수사·재판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증거들

“동의한 줄 알았다”는 말이 통하려면, 그렇게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사건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그 근거가 없으면, 그 주장은 오히려 미필적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해석될 위험이 큽니다.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 주로 검토되는 증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CCTV/출입기록/택시·대리 호출 기록: 피해자가 비틀거리거나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모습이 보이는지, 가해자가 피해자를 부축하는 모습이 있는지, 술자리에서 모텔이나 집으로 이동한 경위 등에 관한 자료
  • 카카오톡·통화 녹취: 성관계 후 나누었던 대화 내용(사과를 했다던가, 무리한 합의 시도를 하였다면 매우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 진술의 일관성: 피해자·동석자·피고인 진술 변화
  • 의료기록/감정: 상처, DNA, 혈중알코올농도 자료 등

전문가의 법적 조력이 필요한 이유는

준강간, 준강체추행 등은 보통 쌍방 당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하기에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여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또렷한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뱉은 진술 한마디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핵심 증거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준강간, 준강체추행 등 사건으로 입건되었다면 되도록 신속히 형사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수사 대응을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김두한 변호사
(법무법인 제헌 파트너 변호사)
형사 전문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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